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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염병 모델에서의 혼동점

다양한 바이러스나 균들이 여러 생물에게 병을 발현시킨다. 이들은 다영한 경로를 통해 다른 개체에 전파되고, 이럴 때 우리는 이 병을 전염병이라고 부른다. 최근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COVID-19)의 전국적인 확산으로 전염병에 대한 관심이 많이 높아졌다. 세계적으로, 인류는 천연두(Smallpox), 수두(Chickenpox), 독감(Influenza), 흑사병(Black death), 콜레라(Cholera), 말라리아(Malaria) 등의 전염병과 싸워왔고, 이들을 통제하기 위한 노력은 끊임없이 계속되고 있다. 인류는 치료제와 백신을 개발하여, 어떻게 보급할 지 전략을 짜거나, 비약물적 통제(Non-pharmaceutical interventions)를 누구에게 어느 정도 강도로 적용할 지 정하면서 전염병의 확산을 막기 위해 힘써왔다.

이런 전략들을 더 잘 세우기 위해서, 우리는 전염병 전파를 더 정확하게 이해하고, 예측할 수 있어야 했다. 역사적으로, 수리모델(Mathematical model)을 이용하거나, 에이전트 기반 모델링(Agent-based model) 등을 이용하여 전염병의 전파를 이해하고자 했다. 이런 전염병 모델들을 수립할 때, 필연적으로 전염력(Force of infection, FOI, $\lambda$)을 정의하게 된다. 이 수는 병의 전염성을 판단할 수 있는 여러 재생산 지수(Reproductive numbers)들을 측정할 때 매우 중요하게 쓰이고, 여기엔 전염에 관여되는 여러 요소들이 반영된다. 예를 들어서, 공기를 통해 감염되는 독감과 같은 질병에서는, 사람들이 접촉하는 정도, 인구밀도의 변화 등이 크게 관여하게 되지만, AIDS와 같이 성적 접촉에 의하여 전염되는 질병은, 앞서 말한 접촉과는 다른 요소들이 고려되어야만 할 것이다.

대부분의 전염은 접촉을 기반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전염력을 계산할 당시, 접촉하는 정도와 감염을 어떻게 연결지을 지를 고민하게 된다. 많은 전염병 전파 연구에서, 밀도 의존적 전염(Density-dependent transmission)과 빈도 의존적 전염(Frequency-dependent transmission) 중 어떤 방식으로 전염을 설명할 지 결정해야 하는데, 여기에서 많은 연구자 및 학생분들이 혼동을 일으킨다. 이 포스트에선 그 차이를 정리하고, 전염력을 어떻게 다르게 설명하는 지 정리하고자 한다.

접촉과 전염의 관계

전염병이 퍼질 때 사회에서 사람간의 접촉률이 증가한다면, 전염병이 더 빠르게 퍼질 것이다. 이는 COVID-19 전파 초기에, 질병관리청에서, 각 확진자들의 동선을 토대로, 각 시설에서 직간접적으로 접촉할 수 있었던 사람들을 격리 시켰던 정책과도 상당히 연관되어 있다. 즉, 이런 전염병의 전파를 예측하기 위해서, 각 개인 또는 특정 집단의 접촉은 매우 중요한 정보이다. 하지만, 여러 현실적인 이유로, 이 정보를 얻기가 굉장히 힘들다.

더하여, 시간이 흐를수록 인구수가 변화하고, 인구가 변화하면 접촉 정도도 또한 변화하게 된다. 모델은 이러한 변화를 반영할 수 있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매번 접촉 조사를 할 수는 없다. 그래서, 인구수와 전염력 간의 관계를 가정하는 것이 일반적이고, 그 방법이 아래 두가지, 밀도 의존적 전염과 빈도 의존적 전염이다.

밀도 의존적 전염 (Density-dependent transmission, pseudo-mass action)

같은 공간에서 개체수가 증가한다면, 서로 접촉하는 정도는 그에 비례하여 증가할 것이다. 자연스럽게 접촉수가 증가한다면, 전염력에도 그대로 영향을 미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이를 수식으로 나타낸다면, 시간당 유효 접촉수 $c_e$를, 아래와 같이, 인구수 $N$에 비례하게 나타낼 수 있다. 여기에서 $\beta$는 전염 계수(Transmission coefficient)라고 부른다. 혹자는, 이 계수가 변하지 않는 가정으로 나타내기도 한다.

\[c_e(N) = \beta N\]

위 식에서 확인할 수 있듯, 인구수가 증가하면, 자연스럽게, 전염을 일으키는 접촉을 의미하는, 유효 접촉수도 증가하게 된다. 이를 Pseudo-mass action이라고도 부르지만, 용어의 직관성이 떨어져서 주로 이렇게 부르진 않는다. 과거 홍역의 전파를 설명하기 위해 쓰이기도하였고, 호흡기로 인해 감염되는 질병을 설명할 때 자주 사용된다. 그리고 이를 전염력에 도입하면 아래와 같다.

\[\lambda = c_e \frac{I}{N}=\beta I\]

빈도 의존적 전염 (Frequency-dependent transmission, true mass action)

많은 경우 사람들은 반복되는 일상을 살게 된다. 같은 일자리에서, 동료, 상사 등을 만나고, 또 친구, 연인, 가족 등을 만나며, 휴식을 취하는 일상을 반복한다면, 접촉 정도는 전체 인구수 변화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다. 즉, 위와 다르게, 전염을 일으키는 접촉수는 인구수와 관계가 없는 경우도 있다. 다른 말로는 시간당 유효 접촉수 $c_e$가 변하지 않는다는 가정이다. 이를 혹자는, 공간의 관점에서, 인구수가 증가하며 공간이 같이 늘어나게 되어, 접촉수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방식으로 설명하기도 한다.

\[\lambda = c_e \frac{I}{N} = \frac{c_eI}{N}\]

이는 반대로, 전염 계수 $\beta$가 인구수에 따라 변한다고 볼 수도 있다. 즉, 아래와 같이 $\beta$를 표현한다. 이 방식을 True mass action이라고 부른다. 사람들의 활동은 밀도 의존적 전염보다 빈도 의존적 전염으로 서술하는 것이 더 일반적이다. 이 방식은 접촉 조사를 반영할 때 많이 사용된다. 또한, AIDS, 매독 등과 같은 STI(Sexually-transmitted infection) 전파 연구 시에도 적절하다.

\[\beta = \frac{c_e}{N}\]

활용에서의 차이점

위 두 다른 가정은, 실제로는, 같은 모델에서 어떤 것을 변하지 않는다고 가정하는 지가 다를 뿐, 수식으로는 굉장히 비슷하다. 여러 문헌에서 빈도 의존적 전염의 $c_e$를 $\beta$로 쓰기도 하고, 반대로 쓰기도 하여, 많은 연구자들이 개념을 혼동하게 된다. 전염이 접촉에 기반한다는 것은 같지만, 그 관계에 대한 설명이 다른 것인데, 여기에서 모델에서의 활용이 조금 달라진다. 특히, 접촉에 관련된 조사가 있느냐 없느냐로 실제 연구에서 많이 다르게 활용한다.

밀도 의존적 전염의 경우, 접촉수에 대한 조사 없이도, $\beta$를 추정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인구 변화를 자연스럽게 유효 접촉수에 반영하면서, 전염을 설명하게 된다. 반면, 빈도 의존적 전염의 경우, 접촉수에 대한 조사와 전염과의 관계에서 추정이 필요하며, 이 점까지 포함하여 전염 패턴을 설명한다. 연구를 진행할 때는, 어떤 수준에서 모수 추정을 진행하는 지가 서로 다르다. 정리하면, 접촉수에 대한 조사가 있을 땐, 밀도 의존적 전염을 이용하여 전염을 더 잘 설명할 수 있게 되는 반면, 없더라도, 밀도 의존적 전염을 사용하여, 그 부재를 메울 수 있는 것이다.

참고문헌

위 내용에 대해서, Emilia Vynnycky, Richard White의 An Introduction to Infectious Disease Modelling 책의 Panel 2.5을 읽어보길 권한다. 접촉 조사의 활용은 같은 책의 Panel 7.6에 잘 설명되어 있다.

수정사항

[2023.05.08] 오타 수정 및 문맥 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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